500년 세계 지배한 서양의 비결은 경쟁·과학·종교 등 6가지 '킬러 앱'
비교우위 사라져 "서양 위협하는 건 중국·이슬람 아닌 자기 문명에 대한 자신감 상실"
시빌라이제이션니얼 퍼거슨 지음|구세희·김정희 옮김|21세기북스 | 572쪽|2만2500원문명의 전환기임에 틀림없다. 쏟아져 나오는 책들을 보면 그렇다. 메시지는 한결같다. '서구의 몰락과 아시아의 부상'이다. 2009년 이미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때'(마틴 자크)가 나왔다. 영국 언론인인 저자는 서구 패권의 종언과 중화 질서의 복권을 예견했다. 2010년 이안 모리스 스탠퍼드대 교수도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지금은'에서 지난 200년 간의 서구 우위는 이제 명(命)이 다했다고 봤다.퍼거슨의 신간도 서세동점(西勢東占)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는 예감에서 출발한다. 서양의 우위는 이대로 끝인가? 저자는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서양의 우위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알아야 한다며 독자를 역사 속으로 잡아끈다.
시계 침을 600년 전으로 돌리면 서양의 세계 석권이란 '예상 밖의 사건'이었다. 1411년 명나라에선 자금성이 올라가고 있었다. 톈진~항저우를 잇는 대운하 수리작업 소리도 요란했다. 반면 같은 시기 유럽은 참담했다. 흑사병으로 몸살을 앓았고 백년전쟁을 비롯한 크고 작은 전쟁으로 신음했다. 1500년 유럽국들이 지구상에서 차지하는 토지 점유율은 약 10%, 인구는 16%에 불과했다.하지만 20세기 초 서양 11개 제국이 세계 영토와 인구의 5분의 3을 지배한다. 경제 생산량은 이미 4분의 3에 달했다. 오늘날 개인의 삶이든 국가 운영방식이든 대부분 '서구식'이다. 어른은 서구식 회사로 출근하고 학생들은 서구식 학교에서 수업한다. 경제 논쟁도 애덤 스미스와 존 케인스학파 간의 다툼이다. 어떻게 500년 사이 서양은 상황을 뒤집고 세계 패권을 쥘 수 있었나.저자는 역전의 비결을 서구만이 가졌던 6가지 요소로 정리한다. 첫째, 치열한 경쟁이 발전을 낳았다. 정치에서는 근대 민족국가를 경제에서 자본주의의 발판을 만들었다. 둘째, 17세기 근대 과학의 주요 혁신이 모두 서유럽에서 일어났다. 그 덕에 서양은 글로벌 무역 항로의 문을 열었고 군사적 우위를 누릴 수 있었다. 셋째, 사유재산과 법치주의는 안정적인 대의제 정부의 토대가 되었다. 넷째, 서양 근대 의학은 건강과 인간 수명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서양의 진정한 힘은 무기가 아니라 의료기술이었다. 다섯째, 대량 소비주의가 산업혁명을 가능케 했다. 여섯째, 종교개혁 이후 근검절약과 성실한 생활을 강조하는 개신교가 자본축적과 근로윤리를 낳았다.저자는 자칫 공허해질 수 있는 거대 담론을 동서양을 넘나드는 미시적 사례로 채워 설득력을 높인다. 압권은 의복을 통해 서양의 세계 정복을 풀어내는 대목.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의 발화 지점은 섬유 제조업이었다. 기술 혁신이 공급에 박차를 가했다면 산업혁명의 수요는 옷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원동력으로 했다. 서양 의복은 세계를 휩쓸었고 전통 복식들은 힘없이 밀려났다. 표준 치수에 맞춘 기성복이 쏟아지면서 시장을 휩쓸었다. 특히 청바지와 티셔츠는 코카콜라를 능가하는 글로벌 상품이 됐다. 저자는 한때 제3세계의 환심을 사는 듯했던 소련 공산체제가 냉전에서 패한 것도 값싸고 편한 의복 생산에서 뒤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퍼거슨은 하지만 서양의 이런 우위가 이제는 효력을 다했다고 진단한다. 다른 국가들도 6가지 '킬러 앱'을 내려받아 구동 중이기 때문이다.흥미로운 점은 퍼거슨이 서양에 대해 비관하면서도 서양문명의 우위에 대한 믿음은 흔들림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는 서양문명에 대한 위협은 다른 문명이 아니라 스스로의 무기력과 역사적 무지라고 질타한다. "진정한 위협은 중국의 부상도, 이슬람도,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아니라 선조에게서 물려받은 우리 문명에 대한 믿음을 잃은 것일 수도 있다." 그는 책 말미에서 "서양문명의 패키지는 여전히 인간사회에 현존하는 최고 경제·사회·정치제도를 제공한다. 이 제도들이 21세기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각종 문제를 해결할 인간의 창의력을 발산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쓴다.그는 자신의 서양문명에 대한 믿음을 고전과 연결시킨다. "문명의 중심에는 학교에서 가르치고 학생들이 배우며 고난의 시기에 되새겨지는 책들이 있다. 한때 중국 문명은 유교의 가르침 위에 세워졌다. 이슬람의 복종이라는 문명은 코란 위에 세워져 있다. 그렇다면 서양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책은 무엇인가?"퍼거슨은 그 답을 맨 마지막 각주에 달아놓는 것으로 결론을 대신한다. "킹 제임스 성경, 뉴턴의 '프린키피아', 로크의 '정의론', 스미스의 '도덕감정론'과 '국부론', 버크의 '프랑스혁명에 관한 고찰', 다윈의 '종의 기원', 셰익스피어의 희곡, 링컨과 처칠의 연설문." 그가 소리 높여 '서구의 몰락'을 경고하고 있지만 여전히 앵글로색슨 전통의 보수주의 편에 서 있는 지식인이라 불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니얼 퍼거슨은 누구일찍부터 제국론에 주목, 대영제국과 미국의 부침을 추적해 왔다. 미·중의 상호의존성을 뜻하는 '차이메리카'란 말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 47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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出處: http://news.nate.com/view/20110806n0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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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heraldm.com/common/redirect.jsp?category_id=010107030300&news_id=201108050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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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kn24.com/news/articleView.html?idxno=78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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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다. 셋째, 사유재산과 법치주의는 안정적인 대의제 정부의 토대가 되었다. 넷째, 서양 근대 의학은 건강과 인간 수명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서양의 진정한 힘은 무기가 아니라 의료기술이었다. 다섯째, 대량...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8/05/20110805022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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